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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부표, 스티로폼 없는 바다를 만듭니다
2021-05-01
겨울 햇살 아래 물비늘이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차가운 겨울 바다는 김장이 시작되는 초겨울부터, 혹한을 지나 겨울이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별미로 찾는 싱싱한 굴을 보물처럼 품고 있습니다. 
 
짭조름한 물맛을 짧게 거쳐 비릿했다가 고소했다가 이윽고 아쉽게 흩어지는 부드러운 살점은, 잠시 찾아왔다가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고 보내버리는 유년 시절처럼 입안에 짧게 머물렀다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1년에 딱 한 계절에만 싱싱하게 맛볼 수 있는 생굴은 씹는 순간만이라도 나를 한번 떠올려보라는 바다가 준 선물인 것 같습니다. 

파도와 함께 물 속을 출렁이는 양식 굴

추운 겨울에도 바다는 수많은 부표와 그 부표 아래 야금야금 몸집을 키우는 굴과 함께 오늘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굴은 일명 수하식 양식, 즉 양식 대상 생물을 수중에 매달아 기르는 방법으로 키워지는데요. 수하식 굴 양식은 1958년 처음 개발된 후 현재까지 가장 일반적인 굴 양식 법이 되었습니다. 물 위에 띄운 스티로폼 부표는 긴 밧줄에 연결돼 있는데, 200미터 줄 하나에 보통 150~170개 정도의 부표가 붙어 있곤 합니다.
 

전국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

이런 수하식 양식을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바다 위에 형형색색 떠 있는 부표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표에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소재, 바로 최근 해양생태계 문제의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는 플라스틱, 그 중에 실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티로폼‘입니다. 
 
우리나라 양식업이 본격적으로 발전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스티로폼 부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효율성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굴 양식에 사용하는 64L 스티로폼 부표는 개당 5,000원, 김 양식에 사용하는 40L 스티로폼 부표는 그보다 더 저렴한 2.500원 수준으로, 파도에 의해 파손돼 잘게 부서지더라도 플라스틱 소재의 자체 부력으로 항상 물 위에 떠있기 때문에 한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15년도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 주요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사용량은 약 3,537만 개였습니다. 품종별로 보면 김이 전체 부표의 33.5%인 1,184만 개로 가장 많았고 미역이 30.9%인 1,094만 개, 굴이 18.8%인 665만 개가 사용된 걸로 나타났는데요. 그 이후 2018년 통계에서는 전국 해조류, 굴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부표가 약 5,500만 개로 이중 4,100만 개가 스티로폼 부표였으며 2015년보다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티로폼 부표가 늘어나면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바다에서 계속 파도와 마주치는 스티로폼 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스티로폼으로 잘게 쪼개지고 부식될수 밖에 없는데요. 
 

생태계를 위한 친환경 부표의 등장

해수부는 이런 일반 스티로폼 부표 사용에 따른 해양환경 오염을 줄여나가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친환경 부표 보급사업을 통해 전국 양식장에 일반 스티로롬 재질이 아닌, 수거와 폐기, 재활용이 가능한 고밀도 플라스틱 부표와 비플라스틱 소재 부표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2022년까진 전국 양식장에 사용되는 부표의 50%는 친환경부표로 교체하겠다는 목표(‘22년까지 28백만개)로 보급을 서두르고 있는데요.
 
 
2015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전국 양식장별로 양식 생물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부표 약 440만 개가 보급됐습니다. 
 

현재 보급된 친환경 부표 중 대표적인 유형을 한번 살펴보면, 굴과 해조류 양식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사출형 부표는 통상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활용할 수 있는데요. 2015년 첫 보급 이후 지속적으로 보급률이 증가해 2019년까지 전국에 365만 개 이상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 양식과 가두리, 뗏목용으로 사용하는 폴리프로필렌 EPP의 경우 수명은 3~5년 정도로, 2018년부터 보급을 시작해 2019년까지 전국에 33만 개 이상이 보급됐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장기적으로는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사용 제로화를 위해 알루미늄 부표나 해조류 등 생분해 물질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 부표를 개발하는 한편, 부표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양식 방식도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요.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양식으로는 굴 양식에 특화된 개체굴 양식과 현수교 방식 등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개체굴 양식방법은 긴 줄에 굴 다발을 매달아 수확하는 수하식 방식과 달리 굴을 하나하나씩 따로 키우는 방식인데요. 특수제작된 기계로 망을 통째로 돌리면서 굴끼리 부딪쳐 타원형으로 크면서 껍데기 모양이 둥글고 깨끗해져 해외 수출 시 일반 굴에 비해 다섯배 이상의 가격을 받기도 하는데요. 개체굴 양식은 기존 수하식 양식에 비해 부표 사용량을 1/3 이하로 줄일 수 잇습니다. 
 

부력이 큰 대형부표를 중간에 혼합 설치하는 현수교 방식은 부표 사용을 1/2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2021년 시범사업을 통해 실효성을 입증하고 향후 수하식 양식어장에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다함께 만드는 스티로폼 없는 바다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부표보급‘ 사업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반영해 200억 원의 예산을 반영하는 등 스티로폼이 없는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사업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겠죠? 당연히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하는 어업인과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실천해 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어업 현장에서 일하는 어업인, 환경단체, 소비자 단체 등과 함께 열린소통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친환경 부표와 친환경 양식 기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한편, 2015년부터 보급했던 친환경 부표로 인해 양식장 현장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개선해 가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11월부터 6개월간 통영 양식장 네 곳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부표를 제작해 테스트를 하며 성능을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친환경 부표를 생산하는 업체와 양식어업인들의 사후 관리와 수거 및 재활용 책임도 강화하기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시할 예정이고, 친환경 부표가 보급되는 만큼 폐스티로폼 부표를 빠르게 회수하기 위해 폐스티로폼 압축기*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버려진 스티로폼을 압축하고 성형해 액자나 건축 자채로 사용 가능한 덩어리(인고트 ingot)로 생산
 

그 동안 생산성에 치중해 값싸고 편하게 사용했던 스티로폼 제품들이 이제는 우리에게 더 큰 문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바다는 지구 생태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만큼, 더 긴 안목으로 다 함께 지속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스티로폼 부표를 줄이고 친환경 부표의 보급과 개발을 서두르고, 친환경 양식어법을 확대해 가는 건 어쩌면 바다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