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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혁신II] (35)탄소 감축량을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도 없다
2023-02-10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 (SDX재단 탄소감축평가단장)

/사진=픽사베이

 

'제주는 벌써 봄날씨…1월인데 낮 20도까지 오른 이유', '10도 넘는 낮 기온, 1월에 봄 날씨?', '한국 꽁꽁, 최강한파에 피해 속출…추위에 사망·동상·동파', '한낮 강추위 신기록 경신, 중간 없는 극과 극 날씨 왜', '체감온도 강원 -35·서울 -25도…올 겨울 최강한파', '100년 만의 '겨울 더위' 가고 더 추워진다...'오락가락' 날씨 원인은', '낮 최고기온이 영하 12.3도로 1941년 이후 역대 2위를 기록'

지날달 국내 언론사 지면을 채운 날씨와 기후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다. 그리고 아래는 지난해 우리 언론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기상이변 속출한 2022년, 관측 이래 5번째로 뜨거웠다', '한국 폭우, 유럽 폭염 '기후몸살'… 올 자연재해 사망 전세계 4300명', '유럽이 불타는 이유‥미래 지구의 경고', '기록적인 폭염·산불…또다시 '불타는' 유럽', '프랑스 올여름 폭염 33일 연속, 신기록 경신', '유럽의 '잔혹한' 여름…폭염 사망자 1500명 넘어', '2022년 무더운 여름, 기후변화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

언론기사 제목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혹한,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및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와 재해가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탄소중립은 생존의 문제

나날이 심각해지는 글로벌 기후위기 속에서 탄소중립 이행의 중요성은 명확하다. 또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노력과 실천도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 사회도 발빠르게 탄소중립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제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넘어 금융권과 민간기업 등 산업계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행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2022년 9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환경경영 과제에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2050년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신환경경영전략'을 선언했고, 이어 2023년 2월 5일 LG그룹은 'LG 넷제로(net zero) 특별 보고서'를 발간하며 계열사 수준이 아닌 그룹 전체의 계획안으로 블루수소, 그린수소 기술 등 탄소 저감을 위한 신규 기술 개발 등에 2030년까지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과 LG와 같은 국내 대표 대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며 이제는 이들의 공급망인 중소중견기업의 탄소중립도 요구될 것이다. 기업들의 탄소 저감 전략과 탄소중립 이행이 이제는 사명이 달린 생존의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탄소중립, 탄소배출량 산정부터

국가 수준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배출원별 정확한 탄소배출량(온실가스배출량)을 산정하는게 중요하다. 이러한 산정을 위해서는 단위 배출원에서 탄소배출특성에 적합한 방법과 변수 값을 결정해야하고, 이를 활용해 단위 배출원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탄소배출계수(Carbon Emission Factor)'이다. 이 계수는 제품, 서비스, 산업 및 국가에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탄소배출계수란 '단위활동 당 가스의 배출 또는 흡수를 정량화하는 계수'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배출계수는 주어진 환경조건과 활동 수준에 대한 대표성이 있는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하여 평균화되고 표본화 된 자료에서 측정한 것에 근거한다.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원별 탄소배출계수, 전력 1kwh 생산 당 탄소배출계수, 이동 교통수단별 탄소배출계수 등의 다양한 종류의 배출계수(국가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배출계수)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및 산업공정 부분에서의 탄소배출계수 구축단계를 좀 더 살펴보면 모집단분석 및 시료채취계획, 시료가스 채취 및 분석, 사업장 데이터분석, 탄소배출계수 산정, 배출계수 특성분석 및 해외사례와 비교, 배출계수 QA/QC 및 불확도 분석, 탄소배출계수 도출 단계를 거쳐서 진행된다. 


'탄소감축계수' 개발 서둘러야

 

탄소배출량 산정을 위해서 여러 단계의 탄소배출계수의 개발과 활용을 해오고 있듯이, 이제는 '탄소감축계수'(Carbon Reduction Factor)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할 때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탄소감축계수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모델이 경쟁적으로 도출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탄소감축계수가 없다. 플라스틱 패트병 1개(15g)와 알루미늄 캔 1개(18g)를 원료로 다시 재활용하면 얼마의 탄소감축을 가져올 수 있는가? 유리병 한 개(180g)를 재이용 한다면 얼마의 탄소감축을 가져올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종이 재활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 일회용품 대신에 다회용기 사용, 자가용 대신에 대중교통이용, 전등 소등, 적정실내온도 설정, 중고물품구입 및 사용, 의류 재활용, 물을 절반 정도만 필요한 화장실 변기 사용, 기존의 가로등을 안심가로등으로 교체(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이용해 낮 시간에 충전한 전력으로 작동)하는 등의 활동으로 인해 감축되는 탄소량에 대해서는 정확한 값들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우리는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탄소감축에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목표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배출계수 및 탄소배출량과 함께 정확한 탄소감축계수를 바탕으로 탄소감축량들을 측정하고 보고돼 구축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계획적으로 탄소중립을 진행해 나가야한다. 탄소배출계수로 정확한 탄소배출량 산정과 탄소감축계수로 정확한 탄소감축량을 산정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전에 각 국가별로 탄소배출계수들을 오랜 기간동안에 걸쳐 구축해서 탄소배출량 산정에 활용하고 있듯, 국가 탄소감축계수 산정과 구축도 쉬운일이 아닐 것이며 오랜 시간과 연구를 통해 구축 및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재활용/재이용/업사이클링과 여러가지 프로세스별로 구분해서 진행이 되어야하고,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탄소감축계수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여 할 것이다.

이렇게 구축된 탄소감축계수는 탄소감축활동에 적용해 감축된 탄소감축량을 포인트 및 가치화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개인이나 단체, 기업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탄소배출량 거래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처럼 중요한 탄소감축계수의 개발 초기에는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탄소감축량 범위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헌을 통해서 찾아본 주요 재활용 품목의 탄소감축계수를 간단히 산정해 보여주는 표.?
문헌을 통해서 찾아본 주요 재활용 품목의 탄소감축계수를 간단히 산정해 보여주는 표.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 출생의 미국인 작가이자 경영 컨설턴트, 경영학의 창시자, 사회학자, 대학 교수, 사회생태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 품질관리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데밍교수는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측정하라, 그리고 측정이 힘든 모든 것을 측정 가능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정이 쉽지 않은 제품, 서비스 및 시스템의 탄소감축부분을 탄소감축계수로 개발해 국제 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대비해야 한다. 또 국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해 온실가스 감축통계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글=김준범 교수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

 

김준범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토목환경 및 지속가능공학 박사로 미네소타대학과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에 임용되어 현재 11년째 지속가능공학, 산업생태학, 전과정환경성평가 및 탄소감축평가, 폐기물 및 물질흐름분석 등에 대한 강의와 프랑스 및 유럽 연구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김준범 교수는 SDX재단 탄소감축평가단장과 유럽환경에너지협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출처: 테크엠 뉴스 -> 기사 바로가기